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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2026. 10. 25.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도입해야 할까?

중대범죄자의 영구 격리와 피해자 안전을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와, 오판·교정 가능성·인간 존엄을 둘러싼 우려가 맞선다.

배경

한국 형법은 무기형을 두고 있으며, 무기형 수형자는 법률상 20년을 복역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간을 채웠다고 석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수형 태도와 재범 위험, 사회 복귀 가능성 등을 심사해 결정하는 절차이므로 현재 제도도 평생 수감 가능성과 일정 기간 후 심사 가능성을 함께 둔다. 사형은 법률에 남아 있으나 한국은 1997년 12월 이후 집행하지 않아 국제적으로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어 왔다. 중대 범죄자의 영구 격리와 사형 대체 형벌을 위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도입하자는 주장과, 인간의 존엄·교정 가능성·오판 구제에 비추어 석방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맞선다. 해외의 제도와 판례도 하나로 통일되어 있지 않다. 유럽인권재판소는 2013년 Vinter 사건에서 종신형에도 감형이나 재검토의 실질적 전망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10년 Graham 판결과 2012년 Miller 판결로 일부 미성년자에 대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제한했다. 국내 도입 논의에서는 대상 범죄와 연령뿐 아니라 재심, 인도적 사유, 정기 심사 여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쟁점은 형벌의 엄격성만이 아니라 어떤 위험을 어떤 절차로 평생 격리할 수 있는가다.

찬성 vs 반대

👍 찬성: 극단적 범죄의 영구 격리와 책임 강화

  1. 1. 치명적 재범 위험을 차단할 수 있다

    형법 제72조는 무기형 수형자가 20년을 복역한 뒤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석방 보장이 아니라 조건부 심사지만, 찬성 측은 장기간 뒤에도 재범 위험이 매우 크다고 판단되는 일부 범죄자에 대해서는 출소 가능성을 법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본다. 다수 피해자 살인이나 반복적 강력범죄처럼 재범 결과가 치명적일 수 있는 예외적 범주에 한정해 영구 격리를 허용하면, 위험의 불확실성을 피해자와 공동체에 전가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범죄학에서 이를 구금 기간 중 범죄 기회를 막는 무해화 효과로 설명한다.

    출처: 대한민국 형법 제72조,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
  2. 2. 사형을 대신할 엄중한 형벌이 될 수 있다

    한국은 1997년 12월 이후 2024년 보고 시점까지 27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고, 국제앰네스티는 사형제는 유지하지만 실제 집행은 하지 않는 국가로 분류했다. 찬성 측은 계획적 다중살인 등 극단적 범죄에 사형 대신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두면 사회로부터 영구 격리하면서도 국가가 오판을 돌이킬 수 없는 처형으로 확정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형 집행은 재심으로도 되돌릴 수 없지만, 무기형은 유죄 근거가 무너지면 재심과 석방 절차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안 형벌이라는 설명이다.

    출처: 국제앰네스티 2024
  3. 3. 극단적 범죄에 대한 형벌의 비례성을 높일 수 있다

    대한민국 형법 제42조상 유기징역의 상한은 통상 30년이고, 가중하면 50년까지 가능하다. 이처럼 장기형의 상한이 높아도 젊은 나이에 여러 명을 살해했거나 여러 중범죄가 병합된 사건에서는 유기형이 생애 말기 이전의 석방 가능성을 남길 수 있다. 찬성 측은 현행 형량 체계가 범죄별 형량을 단순 합산하지 못하는 만큼, 가장 중대한 범행의 책임과 피해를 반영할 선택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모든 무기수에게 자동 적용하기보다 법원이 범행의 구체적 사실과 책임을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비례성 논거가 성립한다.

    출처: 대한민국 형법 제42조,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

👎 반대: 오판 위험과 인간 존엄을 고려해야

  1. 1. 석방 가능성을 완전히 닫으면 존엄과 교정 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Vinter and Others v. UK 판결(2013)에서 감형 전망이 전혀 없는 종신형은 형량을 실질적으로 재검토할 제도가 보장되지 않으면 인간 존엄과 관련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소가 모든 중범죄자의 석방을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수형자의 변화와 노화, 교정 가능성에도 평생 석방을 불허하는 구조는 사람을 변하지 않는 존재로 전제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도입한다면 형벌의 목적과 인간의 존엄에 대한 헌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반대 측의 논거다.

    출처: 유럽인권재판소 Vinter and Others v. UK 2013
  2. 2. 중대 사건에서도 유죄 판단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2016년 약촌오거리 사건 재심에서 전주지방법원은 강도살인으로 유죄가 확정되어 10년을 복역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실제 범인이 뒤늦게 드러난 이 사건은 살인처럼 중대하고 사회적 압력이 큰 사건에서도 수사와 진술, 증거 해석에 오류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은 사형처럼 생명을 즉시 박탈하지는 않지만, 재심이 늦어질수록 회복할 수 없는 수십 년을 빼앗고 가족과 사회로 돌아갈 기회를 제한한다. 엄격한 증명 기준만으로 오판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는 점이 반대 논거다.

    출처: 전주지방법원 약촌오거리 사건 재심 판결 2016
  3. 3. 추가 억지 효과가 입증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 일반 무기형보다 범죄를 더 억제한다는 인과관계는 별도로 입증되어야 한다. 미국 국립연구위원회는 2012년 사형의 억지 효과 연구를 검토하면서 기존 연구의 설계가 취약해 사형이 살인율을 높이거나 낮추는지를 판단할 수 없다고 결론냈다. 이 보고서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직접 분석한 것은 아니지만, 형벌이 더 극단적이면 추가 억지 효과도 더 크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부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범죄학자 다니엘 나긴도 2013년 처벌의 확실성이 형량의 가혹성보다 억지에 중요하다고 정리했다.

    출처: 미국 국립연구위원회 2012; Daniel S. Nagin, Crime and Justice 2013

교차 반론

👍 찬성 → 👎 반대 반박

반대 측이 인용한 유럽인권재판소의 2013년 Vinter 판결은 종신형의 재검토 제도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이지, 심사 뒤 반드시 석방해야 한다고 명령한 것은 아니다. 모든 무기수에게 적용하는 안과 다수 피해자 살인 등 법률이 한정한 최중대 범죄에 선고하는 안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 25년 전후의 재검토 절차를 두더라도 오판이나 인도적 사유를 확인하고, 위험이 계속된다고 판단되면 구금을 이어갈 수 있다. 심사 절차를 마련하면서 영구 격리 목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찬성 측의 답이다.

👎 반대 → 👍 찬성 반박

찬성 측이 든 형법 제72조의 20년은 석방 시점이 아니라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최저 기간이다. 가석방은 자동으로 허용되는 권리가 아니며, 재범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계속 수감될 수 있으므로 현행 제도가 위험한 무기수의 출소를 불가피하게 만든다고 보기 어렵다. 피해자 의견과 수형 태도, 독립적인 위험 평가를 반영해 심사하고 불허 사유를 구체화하는 방식은 덜 침해적인 대안이다. 심사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평생 격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는다.

👍 찬성 → 👎 반대 반박

반대 측이 든 2016년 약촌오거리 재심 무죄와 10년 복역은 오판 방지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지만, 중대범죄 전반에서 영구 격리를 배제해야 한다는 결론까지 곧바로 뒷받침하지는 않는다. 사형과 달리 종신 수감자는 유죄 근거가 무너지면 재심을 통해 석방될 수 있고, 법률에 변호인 조력과 새 증거 심사, 재심 청구 안내를 강화하는 장치를 둘 수 있다. 찬성 측은 적용 범위를 좁히고 증거 기준과 사후 심사를 엄격하게 해 오판 위험과 극단적 재범 위험을 함께 줄이자고 답한다. 다만 잃은 자유를 완전히 보상할 수 없다는 반론은 여전히 중요하다.

핵심 쟁점

💡

중대범죄자의 사회 복귀 가능성을 영구히 닫는 일이 피해자 안전과 형벌의 비례성에 함께 부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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