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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2026. 08. 18.

수능, 서·논술형으로 전환해야 할까?

객관식 위주 수능을 서·논술형으로 바꾸자는 논의, 사고력 평가와 채점 공정성 사이 논쟁이 뜨겁다

배경

1994학년도 도입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30년 넘게 5지선다형 객관식과 일부 단답형 문항으로 치러져 왔다. 최근 몇 년간 교육계에서는 암기와 문제 풀이 기술 위주의 평가로는 창의적 사고력과 논리적 서술 능력을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며, 서·논술형 전환 논의가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대구·제주교육청이 2019년부터 도입한 국제바칼로레아(IB) 한국어화 프로그램은 서술형 평가의 국내 성공 사례로 자주 인용되며, 서울·경기 등으로 도입 지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해외에서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독일의 아비투어처럼 장시간 논술형 시험으로 대입을 결정하는 국가도 있다. 다만 국가교육위원회는 2023년 12월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에서 채점 공정성과 사교육 확대 우려 등을 이유로 서술형 수능 도입을 채택하지 않고, 기존 객관식·통합형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약 27조 원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서술형 전환이 이 사교육비를 늘릴지 줄일지를 둘러싸고도 견해가 엇갈린다.

찬성 vs 반대

👍 찬성: 서·논술형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

  1. 1. 객관식은 사고력이 아니라 정답 찾기 기술을 측정한다

    현재 수능은 전 과목이 5지선다형 객관식과 단답형 위주로 출제돼, 학생이 스스로 논리를 구성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아니라 보기 중 정답을 골라내는 기술을 주로 측정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구·제주교육청이 2019년부터 도입한 국제바칼로레아(IB) 한국어화 프로그램에서는 모든 평가가 서술형·논술형으로 이뤄지는데, 참여 교사들은 학생들이 답을 암기하기보다 스스로 근거를 찾아 글로 구성하는 훈련을 받으면서 사고의 깊이가 달라졌다고 보고한다. 서울과 경기 교육청도 이 흐름을 벤치마킹해 IB 도입 학교를 확대하고 있다.

    출처: 대구광역시교육청·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IB 도입 보고자료 2023
  2. 2. 해외 주요국은 이미 논서술형으로 대입을 치른다

    프랑스는 매년 6월 바칼로레아 필기시험에서 철학·역사 등 주요 과목을 4시간 안팎의 논술형으로 치르며, 독일 아비투어 역시 서술형 답안을 기본으로 한다. OECD 회원국 다수가 대입 또는 고교 졸업 자격시험에서 서술형·논술형 비중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어, 한국의 전면 객관식 수능은 비교적 예외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내에서 IB를 도입한 학교의 학생들이 대학 입학 후 리포트 작성과 토론 수업에 상대적으로 잘 적응한다는 현장 교사들의 평가도 서술형 전환의 근거로 제시된다.

    출처: OECD Education at a Glance 2023
  3. 3. 채점 공정성은 표준화된 루브릭으로 확보할 수 있다

    서술형 채점의 공정성 우려에 대해 찬성 측은 이미 검증된 해법이 있다고 본다. IB 디플로마 프로그램은 전 세계 공통 채점기준(루브릭)과 국제본부(IBO) 소속 외부 채점관의 이중·삼중 채점 체계를 운영해 채점자 간 편차를 통계적으로 관리하며, 국내 대학 논술전형도 이미 복수 채점위원과 표준답안을 활용해 서술형 답안을 평가해 온 경험이 축적돼 있다. 이런 절차를 국가 단위로 확장하면 대규모 시험에서도 서술형 채점의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찬성 측의 논리다.

    출처: 국제바칼로레아기구(IBO) Assessment Principles and Practices 2020

👎 반대: 현행 객관식 수능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

  1. 1. 50만 명 규모 시험에서 채점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매년 수능에는 약 40만~50만 명이 응시하는데, 이 규모의 답안을 서술형으로 일일이 채점하려면 채점자의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커지고 동일한 답안이 채점자에 따라 다른 점수를 받을 위험이 커진다. 실제로 대학별 논술전형에서도 채점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와 소송이 종종 발생해 온 전례가 있다. 반대 측은 대입이라는 결과의 무게가 매우 큰 시험에서는 객관식·단답형처럼 채점자의 재량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는 방식이 오히려 수험생 간 형평성을 지키는 데 더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출처: 국가교육위원회 2028 대입제도 개편안 발표자료 2023
  2. 2. 서술형 전환은 사교육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

    통계청 초중고 사교육비조사에 따르면 2023년 사교육비 총액은 약 27조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대 측은 서술형·논술형 시험이 객관식보다 오히려 고가의 첨삭·컨설팅형 사교육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논술과 구술은 표준화된 문제풀이집으로 대비하기 어려운 대신 개인 첨삭과 소수정예 지도가 효과적이어서, 이미 대학별 논술전형에서도 고소득층 자녀의 사교육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전면 서술형 전환이 계층 간 교육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는 우려다.

    출처: 통계청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 2024
  3. 3. 채점관 양성과 행정 인프라가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서술형 수능을 전면 도입하려면 표준화된 채점기준을 만들고 수만 명 규모의 채점관을 훈련시키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데, 현재 국내에는 이 정도 규모를 감당할 채점 인프라가 마련돼 있지 않다. 실제로 국가교육위원회는 2023년 12월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에서 서술형 수능 도입을 채택하지 않고 기존 객관식·통합형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는데,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준비 기간과 사회적 합의 부족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반대 측은 충분한 시범 운영과 인프라 구축 없는 전환은 현장 혼란만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출처: 국가교육위원회 2028 대입제도 개편안 발표자료 2023

교차 반론

👍 찬성 👎 반대 반박

채점 공정성 우려는 이미 국내외에서 해법이 검증돼 있다는 게 찬성 측 반박이다. IB는 세계 150개국 이상에서 표준 루브릭과 이중채점, 외부 검증 절차로 대규모 서술형 채점의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고, 국내 대학 논술전형도 복수 채점위원제로 수년간 운영돼 왔다. 전면 도입이 부담스럽다면 국어·사회 등 일부 과목부터 단계적으로 서술형을 확대하며 채점 시스템을 검증해 나가면 되고, 처음부터 완벽한 시스템을 요구하며 도입 자체를 미루는 것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 반대 👍 찬성 반박

해외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반대 측 재반박이다. 프랑스나 IB는 애초에 학생 수가 한국 수능보다 훨씬 적거나 채점 기간이 길게 주어지는 구조인 반면, 수능은 매년 11월 단 하루 시험으로 수십만 명을 한꺼번에 평가하고 단기간에 성적을 발표해야 하는 압축된 일정을 갖고 있다. 또한 서술형이 사고력을 잘 측정한다는 주장과 달리, 논술 학원의 정형화된 답안 틀을 암기해 시험을 치르는 학생이 많아지면 결국 또 다른 형태의 문제풀이 기술 경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찬성 👎 반대 반박

사교육 격차 우려에 대해 찬성 측은 오히려 현행 객관식 수능이 문제풀이 사교육을 완전히 표준 산업화시켜 저소득층도 대형 인강·문제집으로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 있게 만든 반면, 서술형은 학교 수업만으로도 사고력을 기를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사교육 의존도를 낮출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인프라 부족 문제도 도입을 미룰 이유가 아니라 지금부터 채점관 양성과 표준 루브릭 개발에 착수해야 할 이유이며, 국가교육위원회가 로드맵과 예산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준비하면 될 문제라는 것이다.

핵심 쟁점

💡

결국 핵심 쟁점은 채점의 공정성과 사고력 평가의 실질적 효과 중 무엇을 더 우선해야 하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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