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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2026. 08. 27.

의료기관 당연지정제, 폐지해야 할까?

모든 병원이 건강보험 환자 진료를 의무적으로 떠맡는 당연지정제, 선택적 계약제로 바꿔야 할까

배경

의료기관 당연지정제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국내에서 개설된 모든 병·의원과 약국이 별도의 계약 절차 없이 자동으로 건강보험 요양기관으로 지정되어, 건강보험 가입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1977년 의료보험 도입 이후 형성된 이 틀은 2000년 국민건강보험법 통합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되었고, 2002년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2002헌마52)에 대해 의료의 공공성과 전 국민 건강보험 체계의 안정성을 근거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반면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여러 국가는 의료기관이 보험자와의 계약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계약제를 운영하며, 계약을 맺지 않은 기관은 비급여로 진료하거나 환자가 별도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를 갖는다. 최근 수년간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저수가 구조와 의대 정원 확대, 필수의료 인력난 등을 이유로 당연지정제를 선택적 계약제로 전환해 수가 협상력과 진료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제기해왔다. 반면 정부와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계약제 전환 시 도서·산간 지역과 저소득층의 의료 접근성이 크게 훼손되고 건강보험 보장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찬성 vs 반대

👍 찬성: 계약제로 전환해 의료 자율성과 필수의료 기반을 살려야 한다

  1. 1. 직업의 자유와 계약 자유 원칙에 부합

    헌법 제15조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23조는 재산권을 보장하는데, 당연지정제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건강보험공단과 계약을 맺을지 스스로 결정할 자유를 원천적으로 박탈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기관도 사적 경제주체인 만큼 계약 체결 여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변호사·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이 고객과 계약 여부를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과 동일한 원리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프랑스·일본 등 OECD 주요국은 의료기관이 보험자와의 계약 여부를 선택하는 계약제를 운영하고 있어, 한국의 전면적 당연지정제는 국제적으로도 이례적인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출처: 대한의사협회 정책연구소 2023
  2. 2. 저수가 구조 개선과 필수의료 붕괴 방지

    건강보험 수가는 공단과 의료계 간 협상으로 정해지지만, 모든 기관이 강제로 가입돼 있어 의료계의 협상력이 구조적으로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 때문에 응급의학과·흉부외과·소아청소년과 등 이른바 기피과의 수가가 실제 진료 원가에 못 미쳐 전공의 지원율이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계약제를 도입하면 저수가 진료과목은 계약을 거부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어 수가 현실화 압력이 커지고, 장기적으로 필수의료 인력 유출을 막을 유인이 생긴다는 논리다.

    출처: 보건복지부 필수의료 지원대책 2023
  3. 3. 의료서비스 질 경쟁 촉진

    계약제 국가에서는 보험자가 진료 질과 비용을 평가해 계약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의료기관도 서비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유인이 생긴다는 연구가 있다. 일본은 보험의 등록제를 통해 부적절한 진료를 반복하는 기관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는데, 이는 당연지정제 아래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퇴출 메커니즘이다. 계약제 도입론자들은 이런 구조가 저품질·과잉진료 기관을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걸러내 전체 의료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

    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의료체계 비교연구 2022

👎 반대: 당연지정제 폐지는 의료 공공성과 건강보험 체계를 위협한다

  1. 1. 지방·취약계층 의료 접근성 붕괴

    계약제로 전환되면 수익성이 낮은 지역이나 진료과목에서는 의료기관이 계약을 거부할 수 있어, 이미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도서·산간 지역과 저소득층의 의료 공백이 더욱 심화될 위험이 크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인구당 의사 수는 서울과 지방 간 큰 격차가 있는데, 계약 여부를 기관이 선택할 수 있게 되면 이 격차가 시장 논리에 의해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 국민 건강보험의 근간은 어디서든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보편성인데, 계약제는 이 원칙 자체를 흔든다는 지적이다.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 2023
  2. 2.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과 의료 공공성 원칙

    헌법재판소는 2002년 결정(2002헌마52)에서 당연지정제가 직업의 자유를 일부 제한하더라도 국민 건강권 보호와 건강보험 제도의 실효성 확보라는 공익이 더 크다며 합헌으로 판단했다. 의료는 일반 상품·서비스와 달리 생명·건강과 직결되는 특수성이 있어 시장 원리에만 맡길 수 없다는 것이 헌재 논리의 핵심이다. 반대 측은 이 판단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며, 오히려 최근 응급실 뺑뺑이·소아과 오픈런 같은 필수의료 위기는 계약제 도입이 아니라 공공의료 투자 확대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출처: 헌법재판소 2002헌마52 결정문
  3. 3. 건강보험 재정 및 보장성 약화 우려

    계약제가 도입되면 비급여·비계약 진료가 늘어나 환자 본인부담이 커지고, 건강보험 보장률이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시민단체들은 계약을 거부한 기관이 늘어날수록 환자들이 비싼 비급여 진료로 내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해 의료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한 보험자와 개별 기관 간 계약 협상 비용, 계약 관리 행정 비용이 새로 발생해 오히려 건강보험 재정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회 2023

교차 반론

👍 찬성 👎 반대 반박

반대 측은 계약제가 지방 의료공백을 심화시킬 것이라 주장하지만, 이는 계약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도입한다는 전제에서만 성립하는 우려다. 프랑스의 경우 필수의료 지역에는 정부가 별도의 지역가산 수가와 계약 인센티브를 제공해 오히려 의사 배치를 유도하는 지역 연계형 계약제를 운영하고 있다. 즉 계약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설계 방식의 문제이며, 필수의료·취약지역에는 공공 계약을 의무화하고 그 외 영역에서만 선택권을 주는 절충 모델을 택하면 접근성과 자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찬성 측 반박이다.

👎 반대 👍 찬성 반박

찬성 측은 계약제가 저수가 문제를 해결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계약제 하에서는 협상력이 강한 대형 병원이나 인기과가 오히려 더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고, 협상력이 약한 소규모 의원이나 기피과는 계약 자체가 거부되거나 더 낮은 수가를 감수해야 하는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민간보험 계약 구조에서는 협상력이 약한 1차의료기관이 대형 병원 네트워크에 비해 불리한 수가를 받는 사례가 다수 보고돼 있어, 계약제가 곧 필수의료 강화로 이어진다는 전제 자체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반박이 가능하다.

👍 찬성 👎 반대 반박

2002년 헌재 결정을 근거로 제도 유지를 주장하는 것은 20여 년간 달라진 의료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반박이 나온다. 당시 헌재도 입법자가 의료 환경 변화에 따라 제도를 재설계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함께 남겼으며, 절대적으로 계약제를 금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 전공의 이탈과 필수의료 붕괴는 헌재가 우려했던 건강보험 실효성이 당연지정제 유지만으로는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공공성과 자율성을 절충한 새로운 법 개정을 통해 위헌 소지 없이 계약제 요소를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 찬성 측 입장이다.

핵심 쟁점

💡

결국 핵심 쟁점은 의료의 공공성을 지키면서도 필수의료 붕괴 위기를 해결할 절충점을 찾을 수 있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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