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의간음죄 도입, 필요할까?
현행 형법은 폭행·협박이 있어야 처벌하지만, 동의 여부만으로 처벌하자는 비동의간음죄 도입 논쟁이 뜨겁다.
배경
찬성 vs 반대
👍 찬성: 처벌 공백을 막기 위해 비동의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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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제 인권기준에 부합하는 입법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2018년 및 2024년 대한민국 정부 심의에서 형법상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 중심에서 동의 여부 중심으로 전환하라고 두 차례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22년 관련 의견 표명에서 국제인권기준에 맞춰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럽평의회의 이스탄불 협약 역시 동의 여부를 성폭력 범죄의 핵심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흐름과 국내법 사이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처: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대한민국 정부 심의 최종견해 2024 -
2. 폭행·협박 요건으로 인한 처벌 공백
여성긴급전화 1366의 2023년 상담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상담 중 상당수가 가해자가 폭행이나 협박을 명시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채 지위나 상황을 이용해 이루어진 경우였다. 그러나 현행법상 폭행·협박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기소되거나 무죄가 선고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피해자들이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22년 보고서도 얼어붙음 반응을 보인 피해자 상당수가 법정에서 저항 여부를 입증하지 못해 구제받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출처: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폭력 실태조사 2022 -
3. 해외 입법 사례에서 확인된 실효성
스웨덴은 2018년 동의 기반 성폭력법을 도입한 이후 스웨덴 범죄예방위원회(Brå) 통계에서 성폭력 신고 건수와 기소율이 동시에 늘었다고 밝혔다. 독일도 2016년 '노 민즈 노' 원칙을 형법에 반영한 뒤 연방범죄수사청 통계상 성범죄 기소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 역시 2022년 '오직 예스만이 예스다'법 시행 이후 내무부 집계 기준 성폭력 신고 접수가 늘어 우려됐던 무고 급증 현상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스페인 사법부가 보고했다.
출처: 스웨덴 범죄예방위원회(Brå) 연례보고서 2021
👎 반대: 형사법 대원칙을 흔들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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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죄추정원칙과 입증책임 전환 우려
비동의간음죄는 '동의하지 않았음'이라는 소극적 사실의 입증을 요구하게 되는데, 형사소송법학계 다수는 이것이 사실상 피고인에게 무죄를 입증할 책임을 전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23년 의견서에서 동의 여부라는 내심의 의사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 때문에 오판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형사법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가 실질적으로 후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대한변호사협회 형법개정 의견서 2023 -
2. 무고 남용 및 수사 장기화 우려
대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성범죄 무고 사건은 매년 일정 규모로 접수되고 있으며, 동의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경우 진술 대 진술 구조의 사건이 늘어 수사와 재판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법조계에서 제기된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2021년 연구는 동의 개념이 모호할수록 수사기관의 재량이 커지고 억울한 피의자가 발생할 소지도 함께 커진다고 분석했다. 제도 도입 전 명확한 판단 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출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성범죄 처벌체계 연구 2021 -
3. 기존 판례 변화만으로도 대응 가능
대법원은 2023년과 2024년 판결에서 폭행·협박의 정도를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서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으로 해석하는 흐름을 보였다. 법원행정처 통계상 이후 하급심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판결이 늘고 있어, 별도의 구성요건 신설 없이도 해석론을 통해 처벌 공백을 상당 부분 메울 수 있다는 반론이 있다. 형법학계 일부는 조문을 성급히 개정하기보다 판례 축적을 통한 점진적 변화가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출처: 법원행정처 사법연감 2024
교차 반론
반대 측은 무고 남용을 우려하지만, 스페인 사법부의 2022년 시행 이후 통계를 보면 '오직 예스만이 예스다'법 도입 후에도 성폭력 무고 기소 건수는 유의미하게 늘지 않았다. 오히려 신고율과 기소율이 함께 증가해 그동안 폭행·협박 요건 때문에 수면 위로 드러나지 못했던 사건들이 정당하게 처리된 것으로 해석된다. 진술 대 진술 구조는 현행법에서도 이미 존재하는 문제이며, 이는 구성요건이 아니라 수사·재판 역량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찬성 측은 CEDAW 권고와 해외 입법례를 근거로 들지만, 각국 형사법 체계와 증거법 구조가 한국과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스웨덴·독일·스페인은 배심원 없는 직업법관 중심 재판 구조와 증거개시 제도가 한국과 다르며, 동일한 조문을 이식했을 때 오판 위험이 그대로 재현될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지적했듯 국제 권고는 참고 사항일 뿐, 국내 형사사법 체계의 정합성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반대 측은 입증책임이 피고인에게 전가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해외 입법례에서 검찰의 입증 책임 자체는 그대로 유지된다. 동의 여부는 피해자 진술, 정황 증거, 가해자의 언행 등을 종합해 검찰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해야 하는 구성요건일 뿐, 피고인에게 무죄를 입증하라는 것이 아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분석처럼 오히려 현재는 피해자가 저항했음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인데, 비동의 기준은 이 불합리한 부담을 검찰과 수사기관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핵심 쟁점
결국 핵심 쟁점은 형사법의 무죄추정 원칙과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 중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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